무색 무취 무미 수소에 청정의 ‘色’ 입히고 인증제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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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H)는 무취, 무미 즉 냄새나 맛을 느낄 수 없는 기체이다. 또한 무색이니 색을 식별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런데 수송용 연료로 주목받으면서 색이 입혀지고 있다. 그레이부터 블루, 그린으로 분류되는 것들이 그렇다. 그렇다고 실제로 수소에 색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소 생산 과정의 환경 친화 정도를 감안해 회색이나 파랑, 초록 같은 인위적인 색을 입혀 분류하고 있다. 마음이야 가장 환경친화적인 수소를 사용하고 싶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청정 수소 생산 기술에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고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 국가들은 청정 수소 인증제와 의무 사용 방안을 논의 중이고 우리나라 역시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정부가 구상 중인 청정 수소의 조건, 보급 확대 방안, 동향 등을 알아본다.

1. 색 이미지가 수소 청정성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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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가 주로 접하는 수송용 수소는 그레이 수소(Grey Hydrogen)이다. 색이 전달하는 이미지처럼 청정한 수소가 아닌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그레이 수소는 메탄(CH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의 수증기로 분해해 생산하거나 석유화학·철강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로 추출된다. 화석연료인 탄화수소 화합물이 원료이고 수소 추출 과정에서도 화석 에너지가 사용되니 청정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레이보다 다소 색이 밝아졌지만, 블루 수소(Blue Hydrogen) 역시 그레이 수소가 기반이다.

다만 그레이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 Storage)’ 기술이 적용된 것이 차별화된다. 태생적으로는 탄화수소 기반이지만 취약점인 이산화탄소를 모아 가두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한 것이 장점이다. 그린 수소(Green Hydrogen)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친환경 전력으로 물(H₂O)을 분해해 생산된 수소를 말한다. 그레이나 블루 수소와 달리 자연의 재생에너지 발전 전기가 사용된다는 점에서 궁극의 친환경 수소로 평가된다. 문제는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사용 가능한 것이 그레이 수소라는 점이다. CCS를 적용하거나 수전해하는 방식은 여전히 기술 진화가 필요하고 생산 원가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은 수소에 더 밝은색을 입히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 탄소중립 기여 수소, 현실은 그레이가 주도

정부가 지난 2019년 1월 수립,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수소 경제를 주도하겠다는 비젼이 담겨 있다. 로드맵에서 정부는 우리나라의 2024년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620만대로 설정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친환경 분산 전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발전용 연료전지 수요도 2040년까지 수출 7GW를 포함한 15GW 이상으로 확대해 수출 산업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친환경 수소 소비와 관련해서는 현실적인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로드맵에 따르면 수소경제 확대 속도 만큼 수소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8년 13만 톤이던 것이 2022년에는 47만 톤으로 늘어나고 2030년 194만 톤, 2040년에는 526만 톤 이상의 수요가 예상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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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당 기간 그레이 수소가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2018년 우리나라 수송용 수소 수요 중 그레이 수소가 99%를 차지했다. 이후에도 천연가스에서 추출된 수소 비중은 2030년 50%, 2040년에도 30%를 담당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레이 수소의 한 종류인 부생 수소까지 합하면 그 비중은 더 높아진다. 수소 수요가 200만 톤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되는 2030년에도 그레이 수소 비중은 50%를 기록하고 심지어 2040년에도 30%의 수요를 담당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부생 수소까지 합하면 화석연료 기반인 그레이 수소 비중은 향후 20년 이후에도 절대적인 수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공해차로 분류되는 수소차를 구동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 기여도가 높은 그레이 수소를 소비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예고되는 상황 속에서 정부는 청정 수소(Clean Hydrogen) 확대 정책에 드라이브가 걸고 있다.

3. ‘블루 + 그린’ = 청정 수소, 인증제 도입 추진

최근 정부는 청정 수소 생산, 보급 확대를 명시한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수소법을 개정해 청정수소 인증제와 의무 사용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사실 궁극의 청정 수소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해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되는 그린 수소로 해석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린 수소 상용화에는 생산 기술 혁신, 경제성 등 아직은 현실적 한계가 크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국들은 블루 수소도 청정 수소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블루 수소는 부생 수소나 추출 수소 같은 그레이 수소와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탄소 배출을 줄였다는 점이 차별화되면서 ‘청정’이라는 태그(tag)를 부착하고 사용을 의무화하려는 시도가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청정수소 인증제를 도입하고 발전 과정에 의무 투입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청정수소’를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거나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활용해 생산한 수소 중 탄소 배출량이 일정 기준 이하로 현저하게 낮은 수소’로 정의하고 있다. 청정수소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lean Hydrogen Energy Portfolio Standards, 이하 CHPS)’를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다. ‘CHPS’는 발전 과정에서 청정수소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인데 RPS의 변형된 형태로 해석된다.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s) 즉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는 설비용량이 500MW 이상인 발전사업자에게 일정량 이상의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라는 의무를 부여한 제도이다.

남동발전 등 한전 산하 6개 발전 자회사나 지역난방공사 같은 공기업부터 GS파워, 포스코에너지 같은 민간 사업자까지 모두 18개 업체가 의무 대상에 포함되어 있고 현재는 생산 전력 중 신재생에너지 의무 사용 비중이 7%를 적용받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RPS 대상 중 수소 발전을 분리시킨 CHPS 제도를 도입해 전력 생산 과정에서 청정수소를 의무 사용하도록 하고 별도의 지원 시스템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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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충전소에서 청정수소 혼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수송용 수소에 ’신재생 연료 의무 혼합제도‘인 RFS(Renewable Fuel Standard)가 적용된다. RFS는 수송용 연료에 바이오에탄올이나 바이오디젤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의무 혼합해 환경 성능을 높이는 제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유에 적용 중이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경유에는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디젤이 3.5% 혼합돼 환경 성능이 개선된 제품이 소비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수소 역시 친환경 청정수소를 일정 비율 이상 섞어 판매하도록 의무화해 탄소중립 기여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그 일환으로 산업부는 현재 청정수소 인증제와 CHPS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4. 국회 입법 방식 통해 청정 수소 보급 확대 추진

정부의 청정 수소 확대 로드맵은 국회 입법 방식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국회 송갑석 의원과 공동으로 ‘청정수소 인증제’와 ‘수소발전의무화제도’ 등의 내용을 담은 ‘수소법 개정안 입법 토론회’를 열었다. 법을 만들거나 개정하는 ‘입법(立法)’의 방식은 국회 입법과 정부 입법으로 구분되는데 국회 입법이 절차나 진행 속도 면에서 속도감 있고 효율적이다. 정부 입법은 관련 정부 부처와 협의한 후 입법 예고해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입법부인 국회에 제출되는 과정을 밟는다.

반면 국회 입법은 개개인이 입법 주체인 국회의원이 법안 제·개정안을 국회에 곧바로 제출해 관련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 의결되면 효력이 발생한다. 법 제·개정의 신속한 처리가 필요할 때 정부가 국회의 힘을 빌려 입법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수소법 개정 과정이 그런 경우로 해석된다. 실제로 송갑석 의원은 산업부와 공동 입법 토론회를 가진 직후인 지난 6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이하 수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청정수소 사용 촉진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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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앞서 이원욱 의원도 같은 맥락의 수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7월에는 정태호 의원이 청정수소 인증제 등을 담은 법안을 제안했다. 여러 국회의원이 수소법 개정을 잇달아 제안하는 데는 수소 경제 시대에 맞춰 ‘청정수소’ 사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들 의원이 제안하는 청정 수소의 개념은 ‘수소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현저히 적게 배출하는 수소’로 그린수소와 블루수소 모두를 포함시키고 있다.

청정수소는 등급별로 인증제를 도입하고 수소충전소에서는 일정 비율 이상을 청정 수소를 판매하며 소비자들도 의무 사용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 사업자에게 청정수소 발전 의무를 부과하고 충족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청정 수소 인증제와 의무 사용이 담긴 수소법 개정안을 여러 국회의원이 발의했고 정부도 적극 호응 중인 것을 고려하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해석된다. 정부가 2019년 1월 수립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일정보다 수소의 청정화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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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 에너지플랫폼뉴스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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