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6의 성과와 석유산업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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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Convention of Parties, COP)’가 10월 31일부터 2주간 영국 북부의 고도 글래스고(Glasgow)에서 개최되었다. COP는 1992년에 체결한 ‘UN 기후변화협약(UN Framework Convention of Climate Change, UNFCCC)’ 가입국들이 매년 개최하는 총회로서, 올해 개최된 회의는 스물여섯 번째 열린 회의인 관계로 COP26으로 불린다. UNFCC에는 작년 말 기준으로 193개 UN 회원국 외에 일부 비회원국가 및 EU와 같은 지역 기구 등이 가입하고 있는데, COP는 이들 국가가 참여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COP26은 당초 작년에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개최가 취소되었다. 더욱이 코로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COP 개최도 덩달아 계속 불투명해질 경우,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국제적 노력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이런 우려 속에서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에서 환경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COP26의 올해 개최가 탄력을 받았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Agreement)을 탈퇴한 적이 있어,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협약 복귀 천명은 큰 의미가 있었다. 또한 미국 서부와 시베리아의 대형 산불, 유럽의 열풍(heat wave)과 고온, 중동의 홍수 등 올해 들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를 기후변화 내지 지구 온난화와 연관 지으려는 시각이 강력하게 대두되면서, 일반인들도 기후변화를 더 깊이 인식하고 COP26을 주시하게 되었다.

이런 배경하에 열린 COP26은 5년마다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강화한다는 파리기후변화 협약에 따라, 각국은 강화된 목표를 제출하고 ‘글래스고 기후협약(Glasgow Climate Pact)’에 합의하고 종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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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P26의 성과

COP26이 이뤄낸 가장 큰 성과는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이 다시 동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COP26 회의 종결 후, 주최국 영국 정부가 배포한 ‘COP26 협상 내용 해설(COP26 : The Negotiations Explained)’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재확인을 가장 큰 성과라고 밝히고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내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COP26은 이 목표가 유효하며 이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해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한 번 더 확인했다고 하겠다. 사실, 2017년 6월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기후변화 협약 탈퇴로 지구 온난화 노력은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 솔직한 평가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유럽 주도로 추진된 기후변화 방지 노력에 미국이 다시 복귀함에 따라, 파리기후변화 협약이 더 이상 좌초되지 않고 다시 살아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COP26은 또 지구온난화 가스의 ‘순증가를 금세기 중반까지 멈출 것(mid-century net zero)’을 선언했다. 그동안 UNFCC와 부속 조치에는 이런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COP26은 온난화 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2050년까지 넷 제로 혹은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의 온난화 가스 배출 감축 계획을 내년까지 제출할 것을 합의했다. 그리고 국별 감축계획(NDC)을 제출하지 않은 국가는 COP27에 제출하기로 했다. 넷제로라는 구체적인 목표와 시간을 제시한 COP26은 과거보다 진전된 성과를 거두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COP26은 기온상승 억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합의하였다. 이제까지 기후변화 방지와 관련된 국제적 논의에서는 화석연료가 기후변화의 원인이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아 왔다. 이번 회의에서는 화석연료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면서, ‘탄소배출 감축 시설을 갖추지 않은 석탄 발전시설(unabated coal power)’의 ‘단계적 감축(phase- down)’에 합의했다. COP26의 합의문 초안에는 ‘단계적 퇴출(phase-out)’이라고 명시했지만, 석탄 의존도가 높은 인도가 강력히 주장하여 단계적 감축으로 변경되었다. 이로 인해 화석연료 퇴출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후퇴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화석연료가 합의문에 언급된 사실만으로도 과거보다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금번 COP26은 성공(success)이라기보다는 진전(progress)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UN의 기후변화 노력이 행동은 없고 말만 무성하며, 공식 회의에서만 ‘어쩌고저쩌고(blah, blah, blah)’라고 떠들기만 한다는 비아냥과 조롱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식어가던 기후변화 방지 노력을 소생시켰다는 점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COP26 회의를 주재한 알록 샤마(Alok Sharma) 의장도 ‘1.5℃ 목표는 지켜냈지만, 그 박동은 미약하다’고 언급하여, 파리기후변화협약과 기타 국제협약이 파기되지 않고 재확인된 점과 그 추동력이 강력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이런 긍정적인 진전에도 불구하고, COP26 역시 이제까지 UNFCC가 안고 있는 국제정치의 현실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였다. COP26의 최대 성과라고 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소생도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복귀와 연결 짓지 않고는 평가하기 어렵다. 반면,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26%, 전 세계 탄소배출의 31%를 차지하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반쪽 회의였다는 평가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에너지 생산 강국인 러시아도 소극적이었다. 주요 국가들이 국가원수의 참석을 통하여 자국이 제출한 각종 계획에 정치적 의지를 실어준 데 비해, 세계 에너지 판도의 중요 플레이어인 중국과 러시아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COP26에는 이런 국제정치 및 에너지 현실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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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석유산업 영향은?

올해 COP26은 석탄 소비에 대해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한 동시에 석유 분야에도 유사한 합의가 있었다. 사실, COP26을 앞두고 국제 석유산업 일각에서는 다시 찾아온 고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의 급등, 장기간의 석유생산 투자 부진이 갖고 올 미래 석유 수급 불균형, 그리고 향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석유가 계속 수행해야 할 역할 등과 같은 현실적 고민을 고려하여, 석유산업에 대한 COP26의 압박은 완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이 있기도 했다.

이런 낙관론과는 달리 COP26은 석유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계 메탄가스 감축 서약(Global Methane Pledge)’에 합의했다. 이 서약은 유럽과 미국이 중심이 되고 100여 개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서명하였는데,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 EU의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집행위원장이 COP26 정상회의에서 이 합의를 직접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메탄가스 감축 서약이 큰 변화를 갖고 올 것이라고 언급했고,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2050년까지 기다릴 수 없으며, 메탄가스 감축은 지구온난화를 완화할 수 있는 단기 과제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 모두 COP26에서 이 합의가 도출된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제까지 이산화탄소를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으로 지목해온 지구 온난화 방지 논의에서 메탄가스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최근에야 알려지게 되었다. 특히, 작년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은 지구 기온 상승의 상당 부분이 메탄가스 때문이라고 보고하였고, 올해 9월 미국과 EU가 메탄가스 배출 감축에 합의하면서 COP26에서 이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게 되었다. 이번 합의는 2030년까지 매탄가스를 현재보다 약 30%를 감축할 것을 선언했는데, 감축 서약 국가들이 전 세계 배출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어 2040년까지 지구 온난화를 0.3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탄가스는 여러 경로를 통하여 배출되는데, 국제 석유산업이 메탄가스 배출감축 서약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메탄이 바로 천연가스의 주성분이기 때문이다. 메탄가스는 가축 사육부터 곡물 재배, 자연적인 유기물 분해, 생활 쓰레기 폐기장 등 에너지와 무관한 분야는 물론이고, 석탄 광산,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과정 등 엄청나게 많은 경로에서 발생한다. 이번에 규제 대상이 되는 분야는 천연가스와 직접 연관성이 있다. 천연가스는 메탄이나 에탄으로 이뤄지는데, 메탄이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 메탄가스는 천연가스의 생산, 수송 그리고 소비 과정 등 전 가치사슬(value chain)에서 발생한다.

이 협약이 의도하는 것은 노후화된 시설에서 의도치 않게 누출되는 메탄가스이다. 특히, 메탄가스 배출이 미국에서 셰일가스 혁명이 일어난 2008년 이후 많이 늘어났고, 2019년 대기 중 메탄가스양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약 2.5배로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가스가 포집할 수 있는 열량(heat)을 놓고 봤을 때, 메탄가스가 가장 많은 열량을 보유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석유와 천연가스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누출되는 가스부터 차단하자는 것이 메탄가스 협약의 기본 방향이며, 이런 노력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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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6에서 석유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합의는 메탄가스 감축 서약이 유일하지만, 국제석유 산업계는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산유국들이 적극적인 반발을 보인다. 중동을 위시한 산유국들도 지구 온난화 현상을 경험하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드러내 놓고 반대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유전과 가스전이 국부 창출의 유력한 수단인 이들 국가는 ‘무책임한 기후변화 정책(irresponsible climate policy)’에 의해 자신들의 소중한 자산이 무용지물 되는 것을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COP26이 종료된 다음 주, UAE에서 열린‘아부다비 석유 가스 박람회(ADIPEC)’ 비공식 석상에서는 메탄가스 감축 서약으로 인해 석유가 처음으로 기후변화 정책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고 한다.

현재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는 석유산업 투자 축소도 우려의 대상이다. 과거와 달리, COP26이 국제석유회사들을 초청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과 일부 서방 국가들은 자국 석유기업들이 온난화 가스 배출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무 감축 석유 가스 프로젝트(unabated oil and gas project)’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을 조건부로 축소하겠다는 의견을 교환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보다 더 나아가 미국 석유기업들에 해외에서의 신규 석유 투자를 제한할 것을 비공개로 요구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아프리카 국가들이 가장 큰 우려를 표명하면서,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 국가들에 투자를 요청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민간금융기관의 석유 가스 분야의 투자 축소 가능성도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행동주의 주주(activist shareholder)들을 포함한 환경 세력들이 민간 금융기관과 투자은행들을 상대로 석유 및 가스 자산을 포함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및 금융 지원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을 요구해오고 있다. 이번 COP26에서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중단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동맹(Glasgow Financial Alliance for Net Zero)’을 발표했다. 여기에 참여한 50여 개 국제금융기관들은 전 세계에서 약 130조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파리기후변화 협약의 기본 방향인 지구 온도 1.5도 상승 제한 취지에 맞춰 자산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의 석유 및 가스 자산을 포함한 포트폴리오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지만, 그동안 금융기관들이 국가 단위에서 논의하던 화석연료 투자 억제가 COP26을 통해 국제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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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무리

이번 COP26은 산업혁명의 발생지 영국에서 개최되었다. 산업혁명은 석탄을 기반으로 시작하여, 전통 연료인 풍력, 수력, 인력에서 벗어나 화석연료 시대로의 진입을 실행했고, 환경관점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출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더욱이, 개최지 글래스고는 제임스 와트(James Watt)가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했던 증기기관을 연구했던 곳이기도 하다. 세계 경제가 COP26 결정인 ‘석탄의 단계적 퇴출’을 제대로 이행한다면, 글래스고는 화석연료 시대의 시작과 종언을 모두 알린 곳으로 역사는 기록할 것이고, COP26은 인류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결정한 국제회의로 기억될 것이다.

이런 낙관적인 기대 속에서, COP26의 최대 성과는 기후변화 노력을 소생시켰다는 데 있다. COP26 의장이 인정한 미약한 소생의 박동은 국제 정치적인 요인에 크게 의존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그런데, 최근 전개되고 있는 국제정치 판도는 기후변화 노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에너지 소비의 초강대국들인 미국과 중국이 소위 신냉전의 관계를 보이고 있고,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가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밸라루스 등 동유럽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군사 활동을 확대하면서, 유럽에서도 긴장의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또한, 공교롭게도 COP27과 COP28이 산유국 이집트와 UAE에서 각각 개최될 예정인데, 이들 회의에서 중동 산유국들이 어떤 입장을 어떻게 개진할지도 주목의 대상이다. 결국, 국제정치 갈등과 분절 속에서 기후변화 노력이 어떻게 이런 장애들을 극복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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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박사 - 에너지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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