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생수·록키 산맥 산소에도 값 매겨지는데…저탄소 전기 값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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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 사이 EU 전기요금은 연평균 1% 넘게 올랐다. 미국도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오히려 내렸다. 기본적으로 전력 생산 단가나 공급 가격은 발전 연료 가격에 연동되니 전기요금이 꾸준히 오른 EU나 미국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크게 높아진 영향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 사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높아지기는 했지만, EU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률에 그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주요국의 전기요금 동향’을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는데 이를 토대로 주요 선진국들의 전기요금 트렌드와 향후 우리나라 전력 요금을 전망해본다.

1. EU·미국 전기요금 연평균 1% 이상씩 오른 이유는

2011년 이후 EU 전기요금은 주거용이 연평균 1.7%, 비주거용이 1.5%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도 2011년 이후 가정용 전기요금은 1.8%, 산업용은 1.2%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매년 꾸준히 1% 넘게 전기요금이 인상 중인데 주목할 만한 배경이 있다. 전력 생산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크게 증가한 대목이 그렇다. 2011년 이후 EU 전체 발전량은 큰 변화 없이 410만GWh를 유지 중이다. 그런데 생산 전력 중 탄소 배출 기여도가 높은 화석연료 비중은 줄고 있다. 석탄발전 비중은 2011년 25.7%에서 2019년 17.7%로, 가스발전은 22.8%에서 21.0%로, 원자력은 24.8%에서 22.6%로 줄었다.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1%에서 19.7%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 역시 최근 10년 사이 총발전량은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는데 가스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석탄 비중은 2011년 42.2%이던 것이 2020년에는 19.1%로 절반 넘게 줄었고 그사이 가스는 25.0%에서 40.1%, 수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는 12.5%에서 20.6%로 증가했다. 석탄이나 원전은 대표적인 경제 급전 즉 발전 원가가 낮은 발전원이고 태양이나 풍력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발전 단가에 반영됐고 전기 요금에 연동되면서 소비자가 지급하는 비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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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OPEC, EU 전기요금 향후에도 상승할 것

석유수출국기구 OPEC이 최근 발간한 ‘OPEC’s World Oil Outlook(이하 WOO) 2021’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010년 대비 2020년 가정용 전기요금은 독일이 8%, 프랑스 48%, 그리스 42%, 벨기에 43%, 스페인이 30% 상승하는 등 EU 주요 국가들의 전기요금이 올랐다. ‘급등’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전기요금이 오른 것인데 그 배경은 간단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수반되는 비용이 소비자 요금에 전가됐기 때문이다. OPEC은 보고서에서 ‘전력 생산 연료비를 포함해 CO₂ 가격 상승, 전력 전송·유통을 위한 네트워크 수수료 인상, 재생에너지 발전 지원 체계 등이 전기요금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분석했다. 향후에도 전기요금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자동차 같은 수송 수단을 비롯해 전기에너지에 의존하는 대상들이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 증가가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확충 비용이 소비자 요금에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독일 경제부 장관이 ‘독일의 총 전력 수요가 2020년 대비 2030년까지 20% 수준 증가한 최대 665테라 와트시(TWH)에 달할 수 있다’라고 밝힌 대목은 향후 전기에너지로의 전환 속도가 상당히 빠를 것임을 보여주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유럽 주요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확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보조금 지원 비용, 네트워크 확장 수수료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OPEC은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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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기요금 상승, 저탄소 전략 주요 변수 될 것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하는 것은 EU나 미국만의 과제는 아니다. 지난 10월 3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한 ‘제26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제한하고 석탄발전을 감축하자는 글로벌 합의가 이뤄졌다. 총회에서 200여 참석국들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는 목표’에 합의했고 청정 전원으로의 전환이나 석탄 화력 발전설비 폐지도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예산정책처의 허가형 정책분석관은 ‘전 세계 전력 수요는 국제기후변화협약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에너지원의 전기화로 인해 증가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전기요금 상승이 저탄소 전략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해석했다. 화석연료 기반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 재생에너지 관련 설비 확대, 천연가스・석탄 등 각종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영향으로 전기요금이 상승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에 2050년 탄소중립을 약속했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상향하는 방안을 최근 확정했는데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저탄소 전원 이행을 위한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야 하고 전기요금 상승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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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나라도 저탄소 전원 비용 요금에 반영 불가피해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나 전기요금 수준은 EU 등 저탄소 경제에 한발 앞서 있는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향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지는데 맞춰 전기요금이 상승할 개연성이 그만큼 높은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지난해 까지 우리나라의 연평균 전기요금 증가울은 가정용은 마이너스(–) 0.9%, 산업용은 2.7%로 분석됐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OECD 33개국 중 가장 저렴했고 OECD 평균과 비교하면 59% 수준에 그쳤다.

특히 2015∼2020년 동안 전기요금 조정 폭은 물가상승률을 밑돌았고 가정용 전기요금은 오히려 하락했다. 주목할 대목은 저탄소 전원으로의 이행 속도가 빠른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크게 저렴하다는 점이다. 2019년 기준 미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우리나라보다 27% 높았고 프랑스는 94%, 영국은 128%, 일본은 148%, 독일은 226% 더 비쌌다. 독일 전기 소비자들은 우리나라보다 3배 높은 가격을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도 OECD 국가 중 10번째로 저렴했다. 주요 국가 중에서는 미국보다는 높고 프랑스, 독일, 일본보다는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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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기요금이 OECD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배경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존 발전설비 이용 형태가 유지되면서 저탄소 발전원의 비중 확대가 크지 않았고 이에 따라 발전원가를 낮은 수준에서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1∼2020년 사이 우리나라의 총발전량은 연평균 1.2% 증가했는데 에너지원별 비중은 원자력발전이 31.1%에서 29.0%, 석탄은 40.8%에서 35.6%로 감소했지만 가스는 22.7%에서 26.4%로 늘었다. 이 기간에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5%에서 6.6%로 증가하는 데 그쳐 EU나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률을 보인다. 같은 기간 EU와 미국 전기요금이 연평균 1.2∼1.8% 상승하는 공통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총발전량이 일정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 비중이 증가한 데 따른 탄소 비용을 내부화해 전기요금도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해석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허가형 정책분석관은 ‘기후변화대응과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 등 대외적 요인으로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상승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는 저탄소 전원 확대를 반영한 중장기 전기요금 로드맵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풀어서 설명하면 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기 위해서 다양한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데 소비자 가격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요금 조정 일정이 세워져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알프스에서 생산된 생수, 캐나다 록키 산맥에서 추출한 청정 산소를 비싼 값 지급하며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발전 단가는 낮지만, 오염원이 배출되는 석탄 화력 대신 자연에너지를 활용한 청정 전력을 소비하기 위해 그만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 목표를 강화하고 탄소 중립 비전을 선언한 우리 정부도 사회적 비용의 내재화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재원을 조달하고 합리적인 전력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청정 전원 비용을 시장 가격에 반영하는 로드맵을 서둘려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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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 지앤이타임즈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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