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 OPEC(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들이 모인 석유 카르텔이다. 국제에너지기구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중동 중심 산유국 카르텔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석유 소비국들이 모여 결정한 국제단체로 우리나라도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EIA(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는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이자 산유국인 미국의 에너지 관련 정책을 선도하는 정부 기관이다. 석유 에너지와 관련한 세계 3대 기구는 주기적으로 석유 시장 분석 리포트를 생산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 제시한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공급 확대, 팬데믹 이전의 석유 수요 회복’을 공통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책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신년 유가 전망을 제시했다. 임인년 세계 석유 시장의 관전 포인트와 주요 기관들의 유가 전망을 정리해본다.
1. 美 EIA 전망 가격 편차도 크지만…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월 단위로 단기 에너지보고서(Short-Term Energy Outlook, STEO)를 발간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세계 경제 상황과 원유 수급, 주요 산유국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반영한 해당 연도의 분기별 유가와 다음 해 평균 유가 전망이 담겨 있다. 그런데 EIA의 유가 전망은 매월 바뀌고 때로는 변경되는 폭도 크다. EIA는 전 달 예측했던 유가를 기준으로 한 달 사이 벌어진 새로운 환경 변화 요인들을 고려해 플러스 마이너스(±)된 새로운 유가 전망치를 내놓는다.
그런데 지난해 3월 EIA는 브렌트, WTI의 연간 평균 유가를 직전 달인 2월 예측 때 보다 배럴당 7불 높여 수정 전망했다. 불과 한 달 사이 14%나 상향 조정한 것인데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석유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지난해 12월 제시한 유가 전망에서는 세계적인 석유 공급 확대 흐름을 반영해, 한 달 전 예측 때 보다 배럴당 2불 가까이 낮췄다. 세계 최고 정보력과 분석 능력을 가진 미국 에너지정보청조차 한 달 앞 상황에 대한 예측 편차가 큰데 1년 평균 원유 가격을 전망하는 것은 무모해 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EIA를 비롯한 세계 주요 기관들이 미래 유가와 수급 환경을 예측하는 노력을 폄훼할 일도 아니다. 수요와 공급 원칙을 토대로 다양한 내외 생 변수들이 가미된 분석은 미래 시장에 대한 예측 편차를 좁힐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전망 기관 간 간극 크지만 70불대 유력
올해 세계 유가 전망 역시 예측 기관 사이의 간극이 컸다. 스위스 은행인 줄리어스 베어(Julius Baer)는 올해 브렌트 평균 가격을 배럴당 63.8불로 예측했다. 그런데 모건 스탠리는 88.8불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 기관 사이에 브렌트 1배럴당 25불의 가격 차이가 발생할 만큼 바라보는 시각이나 관점에 따른 격차는 컸다.
그런데 다양한 기관들이 제시한 최고 가격과 최저 전망치를 배제하면 대충의 평균 유가 흐름을 점칠 수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 국책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집계한 세계 주요 기관들의 올해 평균 유가 전망 중 최고와 최저를 배제한 대충의 중간값은 70∼80불 사이로 좁혀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 자료인 미국 에너지정보청 전망을 인용하면 올해 평균 브렌트, WTI 가격은 배럴 당 각각 70.05불, 66.42불 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브렌트와 WTI 평균 가격이 배럴당 각각 70.92불, 68.08불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가격은 소폭 하향 조정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EIA는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 등으로 올해 석유 수요는 증가하겠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확장세를 제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변이 바이러스 확산 영향이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세계 주요 국가들의 여행 제한 조치로 항공유 소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석유 수요 회복의 한계로 지목하고 있다. 반면 OPEC+, 미국을 비롯한 비OPEC 산유국들의 원유 공급은 증가해 수요 회복세를 앞지를 것으로 관측하며 전반적인 유가 하향을 점치고 있다.
3. ‘올해 석유 공급량 확대’ IEA, OPEC, EIA 모두 ‘동의’
국제에너지기구 IEA와 석유수출국기구 OPEC이 바라보는 올해 석유 시장 전망의 키워드는 ‘석유 수요 회복 그리고 공급 능력 확대’라는 점이 일치하고 있다. IEA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석유 시장 보고서(Oil Market Report)에서 도로 운송과 석유화학 분야가 회복되면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는 지난 해 보다 하루 330만 배럴 늘어난 9,95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대로라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9,976만 배럴에 근접하게 되는데 수요 확대와 맞물려 공급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IEA는 내다보고 있다.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미주 지역 산유국 생산량이 지속적해서 늘고 있고 OPEC+ 감산이 해제되면서 사우디와 러시아가 최고 생산 기록을 세울 때 올해 세계 석유 공급량은 하루 640만 배럴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IEA는 예측했다. IEA는 특히 지난해 12월 이후 세계 석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며 올해도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수요와 공급 사이 균형의 축에서 공급 확대가 우세하다는 점은 유가가 하락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어 올해 석유 시장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 OPEC은 자신들의 올해 석유공급 전망은 공개하지 않고 비OPEC 산유국들의 생산 여력을 분석했다. 그런데 미국 등 비OPEC 산유국들의 석유공급량이 지난 해 보다 상당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OPEC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월간 석유 시장 보고서(Monthly Oil Market Report)’에 따르면 올해 석유 수요는 지난 해 보다 416만 배럴 늘어난 하루 평균 1억 79만 배럴에 달하게 된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는 그 영향이 약해 짧은 기간에 소멸할 것이고 전 세계 휘발유 수요는 회복세를 이어가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글로벌 정제 능력이 확대되고 인프라 증가, 산업활동 개선으로 전반적으로 석유 수요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관측했다. 수요에 대응한 석유공급 분야에서는 미국,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 증가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OPEC에 따르면 미국은 하루 103만 배럴, 러시아는 98만 배럴 수준까지 생산량을 늘리면서 올해 비OPEC 산유국 석유 공급량이 지난해 보다 하루 평균 302만 배럴 증가한 6,667만 배럴을 기록하게 된다.
문제는 올해 생산 계획을 공개하고 있는 OPEC의 선택이 변수인데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이 포함된 OPEC+에서 지난해 8월 이후 매월 40만 배럴씩 감산 규모를 줄이면서 사실상의 증산 효과가 발생 중이고 이 추세가 이어질 때 석유 공급이 수요 증가세를 추월하는 현상도 연출될 수 있어 유가 안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4. OPEC+ 감산 기조·이란 핵 합의 복원 등 다양한 변수가 관건
우리나라 국책 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유가를 지난해 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석유 컨퍼런스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유가 전망과 더불어 시장의 주요 환경 변수들을 소개했다. 코로나19 영향 감소로 지난 해 대비 올해 경제성장률이 4.9%에 달할 것이라는 IMF 전망을 전제로 세계 석유 수요 증가세가 이어지며 코로나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것이 유력하다는 에경연의 분석이다.
특히 미국, 중국 등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과 더불어 아시아 신흥국이 수요 증가를 주도하며 지난해 대비 3.9% 증가해 하루 37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원유 공급 측면에서는 비OPEC 산유국의 공급이 빠르게 증가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 셰일 원유 생산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브라질, 가이아나의 신규 유전 가동이 영향을 미쳐 세계 원유 공급량은 지난해 보다 4.7%, 하루 30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생산량을 조절하며 유가를 통제하는 OPEC+ 카르텔이 어떤 노선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인데 이들 산유국이 매월 감산 규모를 줄이고 있어 오는 5월의 기준 생산량이 이전과 비교해 하루 163만 배럴 정도 확대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제시했다.
올해 석유 시장 변수로는 이란 핵 합의(JCPOA) 복원 여부와 시점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이란 대선 이후 중단됐던 미국과의 JCPOA 복원 협상이 11월 29일 이후 재개됐고 올해도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양국이 타협점을 찾아 이란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가 해제되고 원유 수출이 복원되면 6개월 이내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증산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미국 연준(Fed)이 테이퍼링에 나서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은 유가 하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에경연 이달석 박사는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 석유 가격이 비싸지는 효과가 발생해 구매력이 떨어지고 석유 소비를 억제하게 되며 석유 선물시장에 들어와 있던 투기성 자금이 보다 안전한 자산을 찾아 떠나는 영향으로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라고 해석했다.
다만 달러화 환율 변동 폭이 크지 않다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중동 정세가 불안한 상황 속에서 미-중 사이 갈등까지 심화하는 시나리오는 유가의 일시적 변동을 가져올 잠재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예멘 내전에서 수니파 사우디와 시아파 이란의 대리전 등 종파 간 대립이 여전하고 남중국해 문제, 무역 문제 등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분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OPEC 산유국 증산에 따른 여유 생산 능력 감소는 심리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OPEC 산유국의 여유 생산 능력이 하루 5∼6백만 배럴 수준인데 올해 말에는 2∼3백만 배럴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5. 우리나라 주력 수입 유종 두바이유, 소폭 상승 전망
이 같은 전망을 전제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동산 두바이유의 올해 평균 가격을 전망했는데 기준 시나리오의 경우 지난해 보다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명예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4.9% 수준의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370만 배럴 증가하며 비OPEC와 OPEC 산유국의 공급량이 각각 300만 배럴, 320만 배럴 상승할 것’이라는 기준 시나리오를 전제로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해 보다 2.5불 상승한 72불 선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석유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OPEC+가 계획보다 강화된 감산 정책을 시행하는 고유가 시나리오에서는 두바이유 가격이 10불 넘게 상승해 배럴당 80불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석유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이란 핵 합의(JCPOA) 복원으로 이란 원유 수출이 재개되는 저유가 시나리오에서는 65불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수출 지향적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지나친 고유가도, 너무 낮은 저유가도 바람직하지 않다. 유가가 치솟으면 물가 부담이 커지고 상품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 가격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 그런데 석유 수요 위축으로 원유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도 세계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것을 의미해 우리나라 무역수지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예측하는 기준 시나리오만큼 또 미국 에너지정보청이 제시한 안정적인 선에서 올해 유가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비단 유가나 석유 수급 안정 때문이 아니더라도 중동 지역의 정세적 불안과 물리적 충돌이 멈추고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 사이의 긴장이 해소되는 평안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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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 에너지플랫폼뉴스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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