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5년 석유 비중 가장 높고 내연기관차 주도’ OPEC 전망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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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인 ‘OPEC(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은 지난해 창설 6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60년 원유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들이 모여 결성한 협의체가 모태로 현재 13개 산유국이 회원으로 참여 중이다.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상 유례없는 석유 소비 급감을 겪었던 흐름 속에서 벗어나고 있다. 때마침 OPEC은 향후 2045년까지의 세계 에너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OPEC’s World Oil Outlook 2021(이하 WOO 2021)’을 발간했다. OPEC이 미래 세계 석유 시장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올해로 15회째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극복하고 세계 경제 성장이 재도약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OPEC이 바라보는 미래 에너지 그리고 모빌리티 전환 전망을 요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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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45년에도 1차 에너지 중 석유 비중이 가장 높다!

OPEC은 올해 보고서의 서문에서 ’분명한 것은 에너지와 석유 수요가 2020년 대규모 감소 이후 2021년에 크게 증가했고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확장이 예상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1차 에너지 수요는 2020년에서 2045년 사이에 2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고 2045년까지 세계 경제 규모가 두 배로 성장하며 전 세계 인구가 약 17억 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세계 1차 에너지 수요가 2020년 기준 하루 2억7540만 boe에서 2045년에는 3억5200만 boe로 늘어나고 비OECD 국가들이 소비 증가를 이끌게 된다. 실제로 2020년 하루 평균 1억7400만 boe이던 비OECD 1차 에너지 소비량은 2045년에 무려 43.7%가 증가한 2억5000만 boe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덩달아 1차 에너지 수요에서 비OECD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진다. ’WOO 2021‘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1차 에너지 소비 중 36.9%가 OECD 국가에서 이뤄졌는데 2045년에는 29.0%까지 줄어든다. 반면, 이 기간에 비OECD 점유율은 63.1%에서 7.9%p 증가한 71.0%에 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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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OECD 국가들이 1차 에너지 소비 증가를 이끄는 배경으로 OPEC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의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을 꼽았다. 비OECD 중 특히 주목할 국가는 중국과 인도인데 이들 두 국가는 2045년 세계 GDP의 37%를 차지해 OECD 전체보다 더 높은 비중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인구 측면에서는 중동과 아프리카를 눈여겨봐야 한다. 2045년 세계 인구는 현재보다 17억 명 정도가 증가해 95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중 중동·아프리카 지역과 OPEC 국가들이 인구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동·아프리카와 OPEC은 2020∼2045년 사이에 각각 7억6,200만 명과 2억7,800만 명의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도 인구는 2020년대 하반기에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는 등 세계 인구 증가를 비OECD 국가들이 주도하니 그만큼의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당연한 결과이다. 1차 에너지원 별로는 석탄을 제외한 모든 에너지의 성장이 예견된다. 에너지원 중에서는 재생에너지가 가장 많이 증가하고 천연가스가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주목할 대목은 2045년에도 석유가 에너지 믹스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는 대목이다. 2020년 세계 1차 에너지 중 석유 비중은 30.0%였는데 2045년에는 소폭 줄어든 28.1%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석유는 여전히 전체 에너지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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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4.4%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천연가스까지 포함하면 화석연료가 절반 넘는 기여도를 보이게 된다. 다만 OPEC은 ‘불행하게도 석유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석유 산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었다는 해석이다.

OPEC은 ‘WOO 2021’에서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 부족은 석유 산업의 큰 과제 중 하나로 남아 있다’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OPEC 분석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석유 산업에 대한 투자는 약 30%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OPEC은 ‘필요한 투자가 없으면 석유 산업의 추가적인 변동성과 미래 에너지 부족 가능성이 존재하게 되고 생산자나 소비자 어느 쪽에도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여전히 석유 자원 확보에 세계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을 시사했다.

2. 2045년 도로 위 전기차 비중은 20% 그칠 듯

‘ICE(internal combustion engine)’는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내연기관차를 말한다. OPEC은 ‘WOO 2021’에서 2045년에도 도로 부문에서 내연기관차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수소차 등 그린모빌리티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 보급 중인 추세와는 거리가 있는 전망이다. ‘WOO 2021’에 따르면 2045년 세계 총 차량 대수는 26억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추정대로라면 2020년보다 두 배 가까운 11억대가 늘어나게 된다. 이 기간에 천연가스차량(NGV)도 8천만 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대목은 미래에도 전기차 비중이 예상처럼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2045년, 전 세계 전기차는 5억 대에 근접하겠지만 비중은 2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나머지 20억대 정도의 차량은 여전히 내연기관이 주도하게 된다. 앞으로의 25년 이후에도 내연기관차가 도로 대부분을 점유하게 되는 결정적 배경은 개발도상국 수요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OPEC 전망에 따르면 2045년 세계 승용차(passenger cars) 대수는 20억8,590만대에 달한다. 2020년 대비 8억9,990만대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중 중국에서 2억7,940만대, 인도에서 1억4.770만대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도 1억9,160만대의 승용차가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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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에 OECD 내 승용차 증가가 5,470만 대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과 비교하면 향후 세계 승용차 증가는 비OECD 국가들이 주도하게 된다. 상용차(commercial vehicles) 역시 비OECD 국가들이 성장세를 이끌게 된다. 2020년 OECD 국가에서 운행 중인 상용차는 1억801만 대인데 2045년에는 이보다 4,690만 대가 더 늘어나는 데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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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 기간 동안 비OECD 국가에서는 1억4,050만 대이던 것이 3억4,8200만 대로 2억 대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결국 승용차나 상용차 모두 비OECD 국가 주도로 증가하게 되는데 다만 중국은 수송 수단의 전동화에 속도를 내면서 2045년까지 신규 승용차 등록의 40% 정도가 전기자동차가 될 것으로 OPEC은 전망했다. 하지만 나머지는 내연기관차가 차지하니 여전히 전기차 보다는 높은 비중을 유지하게 된다. 인도도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보급 로드맵을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운송 부문 전력화에 주목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더디다. 이와 관련해 OPEC은 2045년까지도 비OECD 대부분 국가의 수송 수단 전력화는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내연기관차가 여전히 우세할 수 있는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3. 전기차 충전 요금, 앞으로도 저렴할까?

OPEC은 ‘WOO 2021’에서 ’전기차 충전, 정말로 저렴한가?
(Charging EVs: is it really that cheap?)‘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풀어 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전기차를 보급 확대 중인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차량 가격이 보급 확산의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인데 배터리 기술 진화 등의 영향으로 머지않아 전기차 구매 가격 경쟁력이 개선될 여지가 높다.

문제는 연료 비용인데 OPEC은 재생에너지 발전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과 재생에너지 발전에 적극적인 EU 사례가 소개되고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 기준 EU 가정용 전기 요금은 불가리아와 헝가리가 kWh당 약 0.1 유로로 가장 낮았고 독일이 0.3 유로에 공급되며 최고를 기록했다. 같은 EU 국가 간에도 전기요금이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데 전력 공급·유통을 위한 네트워크 요금, 재생에너지 전력에 대한 소비자 보조금, 세금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 동안 일부 EU 국가에서는 재생 에너지 발전 보조금을 포함한 세금과 전력 공급 네트워크 수수료가 크게 늘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을 들고 있는데 올해 초 평균 전기 요금에서 발전 연료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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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전력망(네트워크) 사용료 비중이 24.5%, 재생에너지 지원·전기세·부가세 같은 세금이 50%를 넘었다. 주목할 대목은 전기 소비자 요금 구성이 국가마다 다르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려는 EU의 계획을 고려하면 세금과 네트워크 수수료 비율은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상당히 증가할 수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EU 국가들의 전기요금도 상당한 수준 인상 중이다.

‘WOO 2021’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20년 가정용 전기요금은 독일이 8%, 프랑스 48%, 그리스 42%, 벨기에 43%, 스페인이 30% 상승했다. 전력 생산 연료비를 포함해 CO₂ 가격 상승, 전력 전송·유통을 위한 네트워크 수수료 인상, 재생 에너지 발전 지원 체계 같은 복합적인 요인들이 전기요금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이다. 그린 모빌리티로의 전환 과정에서 내연기관차, 휘발유·경유 같은 화석연료 수요가 줄면서 관련 세수 감소가 불가피해 전기차 그리고 충전용 전기에 대한 세금 전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전기차 가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면서 내연기관차와 차량 가격이 같이 지는 ’비용 균형점(Cost-Parity)‘ 도달 시점이 가까워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 분석이다. 다만 OPEC 분석대로라면 전기차 연료 비용은 환경친화적인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고 전기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데서 발생하는 네트워크 확대 비용 등이 반영되면서 현재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전기차 충전, 정말로 저렴한가?‘에 대한 답은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가 맞지 않을까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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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 에너지플랫폼뉴스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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