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에서 요구되는 We-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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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퍼펙트 스톰, 블랙스완.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요즘 매일같이 듣고 보게 되는 용어들입니다. 최근 국제유가는 1991년 걸프전 이후 29년만에 최대 하락폭을 보였고, 미국 다우지수도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33년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도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생길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조만간 진정될 거라고 생각했던 국지적 감염병이 난생 처음 보는 팬데믹 사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학자 나심 탈레브(Nassim Taleb)가 말한 것처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실제로 나타나 충격을 주는 블랙스완이 현실화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 구성원들은 리더를 바라보고, 리더에게 묻고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리더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조직의 최고경영자나 각 부문(팀)의 리더들은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일까요?
위기 상황에서 요구되는 We-리더십

위기와 리더십

생사가 달려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1972년 우루과이 럭비팀 선수들이 탄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 추락하여 16명이 고립된 사고, 2010년 칠레 산호세의 구리광산이 붕괴되어 33명의 광부가 지하 700m에 매몰된 사고와 같은 상황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지식과 역량을 총동원해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위협–경직성 이론(threat-rigidity theory)이 말해주듯이, 사람들은 위기나 위협에 직면하면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기 보다는 과거에 습관화된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가장 창의성이 필요한 때에 역설적으로 가장 경직된 사고와 행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개인, 집단, 조직에 상관없이 나타나는 일관된 경향성입니다. 또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누구나 뻔히 아는 상식적인 대안을 선택하게 됩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지식과 경험이 많고 과거에 성과가 좋았던 리더에게 더욱 의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례가 없는 위기 상황에서 리더 한 사람의 잘못된 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하버드 경영대 학장인 니틴 노리아(Nitin Nohria) 교수는 최근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같은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는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B유형의 조직이 훨씬 더 생존확률이 높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감지-반응(sense-and-respond)형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위기 시에는 복잡한 컨틴전시 플랜*[efn_note]※ 컨틴전시 플랜 :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비상계획[/efn_note]과 위기 대응 매뉴얼을 미리 짜놓고 그대로 실행하는 것보다는 상황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그때 그때 대응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순한 원칙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집중화된 1인 리더십보다는 분산적 리더십, 공유 리더십이 위기 대응에 적합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요구되는 We-리더십
위기 상황에서 한 사람의 리더에게 의사결정권이 집중되는 1인 리더십(I-리더십)은 위험성이 있습니다. 위기 탈출을 위해서는 구성원 전체가 주도성을 갖고 자신이 아는 정보와 지식을 사용하거나 역량을 발휘하는 것을 서슴지 말아야 하며, 그것을 다른 구성원이나 리더가 경청하고 흔쾌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구성원이 리더십 기능을 공유한다고 해서 금방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러 번 실패할 수 있으며, 많은 실패 끝에 해결책을 찾게 될 것입니다. 칠레 광부들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각자 다른 역량을 가진 광부들이 주도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무려 69일 후 기적처럼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리더는 구성원의 주도적 리더십 발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두 번, 세 번의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리더십이 We-리더십입니다.
We-리더십이란 ‘팀 자체가 리더가 되는 것(team as a leader)’을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리더십의 주요 기능이 구성원들에게 분산되고 공유되는 것입니다. 목표수립, 업무조정, 피드백 제공, 몰입 확보, 팀워크 구축과 같은 다양한 역할을 여러 구성원이 수행하면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올림픽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담당하는 팀에 공식적인 리더(팀장)가 있겠지만 나라별로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나라 선수단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지역의 전문성을 가진 팀원이 사실상 리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We-리더십은 위기 상황에서 각 구성원이 갖고 있는 전문성, 역량, 독특한 관점을 적시에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입니다. We-리더십의 성패는 리더와 구성원, 그리고 구성원 상호 간에 목표와 지식의 공유가 얼마나 원활하게 일어나는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구성원이 각자 다른 리더십 역할을 주도할 뿐만 아니라 책임을 공유하고 공동 의사결정 수준의 통합을 이뤄내야 합니다.
지면관계로 We-리더십의 상세한 내용은 생략하고*[efn_note]※ We-리더십과 팀 리더십의 주요 내용에 대해서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79호(2019. 8)와 286호(2019. 12)에 소개된 필자의 글을 참조[/efn_note], 이 글에서는 현재 우리에게 닥친 위기 상황에서 We-리더십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리더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라

리더는 업무성과와 역량이 우수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오랜 전쟁 경험이 있는 베테랑 지휘관은 전쟁의 전개양상을 예상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한 지시를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 맞는 위기 상황에서는 아무리 똑똑한 리더라도 모든 문제를 알 수 없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음을 스스로 인정해야 합니다. 리더십의 공유는 리더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구성원에게 솔직하게 알리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분명 리더십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비전중심 리더십 같은 것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리더십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단 창의성을 연구하는 하버드 대학의 린다 힐(Linda Hill) 교수에게 어느 혁신기업의 리더가 고백하기를, “나는 리더십 책을 보지 않습니다. 그걸 보면 기분이 안 좋아집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리더십 책이든 첫 장에 비전 창조 얘기가 나오는데, 혁신기업을 이끌어가는 여정은 매우 불확실해서 자신도 방향을 모르겠고, 비전을 만들 수도 없고, 어떻게 가야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 제록스가 약 2조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을 때, 앤 멀케이(Anne Mulcahy)가 새로운 CEO로 선임되었습니다. 회사가 심각한 재무 위기에 처했는데 복사기 영업사원으로 입사하여 영업과 인사담당 임원 경력밖에 없는 멀케이가 CEO를 맡게 되자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재무 전문성이 부족한 멀케이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의심한 것입니다.
실제로 멜케이는 취임 후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전 세계 지사를 90일 동안 순회하며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했습니다. 그래서 ‘모릅니다의 달인(Master of IDK)’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의견을 들은 뒤 내놓은 비전이 ‘앞으로 제록스는 사무용 기기 회사가 아니라 비즈니스 솔루션 공급자(business solution provider)가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캐논, 리코와 같은 저원가 업체와 원가경쟁으로는 미래가 없기 때문에 월드클래스의 고부가가치 제품에만 집중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월드클래스 직원을 뽑아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것 역시 IBM의 비전과 유사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냉소적이었지만 멀케이는 결국 예상보다 훨씬 빨리 제록스를 회생시켰습니다.
불확실성과 안개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혁신기업이나 위기 상황에서 리더는 구성원과 함께 방향을 찾아가고 그것을 진솔하게 공유하는 것이 최선의 길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요구되는 We-리더십

심리적 안전을 제공하라

We-리더십을 실천하려고 해도 구성원들이 주도적으로 지식과 역량을 발휘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외부환경의 위험을 강조하면서 모든 의사결정을 리더가 독점하는 명령과 통제형(command-and-control) 리더십은 최악의 조합입니다. 구성원들은 위협과 공포에 떨면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더 큰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We-리더십의 실행의 필수조건은 바로 심리적 안전(psychological safety)입니다.
구글의 고성과 팀 연구결과가 알려지면서 최근 심리적 안전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런데 여러 서적이나 칼럼에서 이를 ‘심리적 안정감’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모두 잘못된 용어입니다. 심리적 안전은 구성원이 안정감을 느끼는가 불안정한가(unstable)의 문제가 아닙니다. 구성원들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어떤 의견을 개진할 때 상사나 동료가 이를 무시하거나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의미합니다. 개인의 막연한 느낌(feeling)이 아니라 상사/동료관계, 제도,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믿음(belief)입니다. 핵심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직장생활과 경력에 대한 걱정이나 위협 없이 의견을 말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심리적 안전이 확보돼야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서로의 지식과 의견을 나누게 되는데, 절대로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우리 뇌의 편도체 부분에서 느끼는 공포는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감정입니다. 인간의 사회적 인지의 대부분은 적과 우리 편, 위험과 안전을 구분하는 것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심리적 안전은 리더 한 사람의 각성이나 결단으로 어느 날 갑자기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의 일상생활에서 조금씩 만들어지고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 속에서 확인되는 팀 수준의 개념입니다. 따라서 심리적 안전이 중요한 기업들은 나름의 제도나 관행을 발전시키고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영화 스튜디오 픽사의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라는 독특한 회의 문화를 들 수 있습니다. 브레인 트러스트는 직급이나 직위에 관계없이 누구나 평등하고 솔직하게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평가내용은 솔직하고 건설적이어야 하며, 여러 의견을 듣더라도 제안된 내용을 수용할 지 결정할 권한은 감독에게만 있다고 합니다.
1975년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설립한 이후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헤지펀드 브리지워터는 회의 시에 구성원들이 서로의 의견을 평가하고, 최종 대안은 투표로 결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직위에 관계없이 누구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하고, 동시에 자신의 생각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비판도 기꺼이 감수해야 합니다. 구글 등 혁신기업들도 ‘말하지 않은 사람의 의견을 물어라’는 암묵적인 규범을 형성하여 심리적 안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리더는 구성원의 마음 속에 있는 불완전한 아이디어라도 최대한 끄집어낼 수 있도록 심리적으로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드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대부분의 창의적인 대안은 불완전하고 문제 많은 생각들이 즉흥적으로 부딪히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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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소통을 강화하라

We-리더십의 필수조건인 지식과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해서는 수평적 소통이 필요합니다. 최근 여러 기업이 수평적 소통을 위해 영어 별명을 만들어서 부르는 경우거나 딱딱한 업무회의를 스크럼 같은 방식으로 바꾸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수평적 소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평적 소통은 대칭적(symmetric) 소통을 말합니다. 쌍방이 각자 의견을 동등하게 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가 대면 보고나 회의보다 비대면 보고를 선호할까요? 밀레니얼 세대가 새로운 미디어에 친숙하다는 등의 기술적 이유가 아닙니다. 대면회의나 보고는 비대칭적 소통이기 때문입니다. 한 쪽이 보고하고 다른 한 쪽이 명령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며, 서로 의견을 교환하더라도 표정, 몸짓,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대칭적인 소통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평적 소통의 핵심은 소통도구나 방식이 아닙니다. 어떤 회사의 팀장은 재택근무 시 카카오톡으로 업무지시를 하면서 본인의 메시지를 팀원들이 읽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매번 회신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번의 톡에 예라는 회신 수십 개가 붙는다고 합니다.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 성과평가 역시 결과중심 평가로 전환될 수밖에 없습니다. 종전의 업무진도 관리나 지시사항 전달을 위한 회의는 대폭 축소되거나 불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일상적인 업무조정은 슬랙(Slack)과 같은 협업 의사소통 도구를 잘 활용하면 충분합니다. 꼭 필요한 중요한 회의는 줌(Zoom)의 화상회의나 심지어 카카오톡 그룹 콜을 간단히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어떤 도구를 쓰느냐가 아니라 새로운 소통 규칙을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의안건 당 모두가 최소한 1회씩 의견을 말하거나 메시지로 전달한다, 회의내용을 녹화하거나 기록해서 공유한다 등 소통의 규칙을 정하고 다소 혼란이 있더라도 일관되게 진행하다 보면 각 팀의 상황에 잘 맞는 수평적 소통방식을 찾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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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를 이해하라

We-리더십 실행의 전제조건이자 성공요인은 바로 네트워크 관리입니다. 리더는 구성원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팀내 지식, 전문성, 역량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파악하고 리더십 공유를 위한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We-리더십은 연결(connection)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의 공유를 위해서는 리더십 역량과 기능을 보유한 구성원들이 업무관계 이외의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통해 효과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면 지식과 정보를 나누려고 하지 않습니다. 특정한 리더십 역할을 발휘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여러 팀이 전사적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 팀 경계를 뛰어넘는 이러한 네트워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 간 비공식 네트워크는 분명히 자연발생적인 측면이 있지만 리더는 구성원 간에 지식과 정보교류가 잘 일어나도록 네트워크를 어느 정도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업무배분이나 회의방식의 변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구성원 간 정보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목표와 책임이 공유되려면 조직 내에 실질적인 의사소통 네트워크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리더가 이러한 네트워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누가 누구와 소통하고 친밀한지, 구성원들이 어떤 소그룹으로 나눠져 있는지를 파악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조직 외부와의 네트워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 극복에 필요한 지식과 자원이 반드시 조직 내부에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최근 개방형 혁신과 협업(collaboration)이 혁신과 성장의 화두가 되고 있듯이, P&G와 같이 조직 외부의 역량과 자원을 적극적인 연결로 확보했던 기업은 위기 탈출과 혁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은 네트워크의 힘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세계가 얼마나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실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20세기 초 세계를 휩쓸었던 팬데믹인 스페인 독감으로 엄청난 인구가 희생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사태가 진정된 후에 스페인 독감 사망자 수와 사망률이 높았던 지역에서 창업 비율이 높았습니다. 독감 바이러스가 쉽게 확산된 지역은 사회적 유대와 연결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입니다. 고립은 혁신의 적입니다. 기업 외부에 연결 기회를 찾고 이를 협업으로 연결시켜야 합니다. 협업의 진정한 가치는 전혀 생각지 못한 상대와 협력할 때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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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끊임없이 탐색하라

에너지 기업의 본질은 탐사(exploration)에 있습니다. 원유 정제마진 극대화와 같은 손쉬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지의 원천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탐사입니다. 탐사의 대상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에너지 원천인 유전, 광산을 탐사하는 것과 새로운 지식을 탐사하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에너지 기업의 탐사와 바이오벤처가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을 완전히 다르게 생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탐사는 어쩔 수 없이 불확실성을 동반합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소년이 새에게 초콜릿을 주는 몇 초 분량의 장면을 만드는데 6개월이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애니메이션 제작은 정돈된 과정이 아니라 매우 혼란스럽고, 순서가 정해져 있지도 않은 다양한 실험이며,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다고 합니다. 실패에도 불구하고 탐사를 계속하도록 하는 것, 실패의 결과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를 관리하는 것이 리더가 할 일입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탐사와 혁신은 모든 구성원과 함께 할 때만이 가능할 것입니다. 우루과이 럭비선수들의 안데스 추락사고에서도 처음에는 무척 다툼도 많았지만 생존자들이 각자 생각대로 역할을 맡고 몇 명이 끊임없이 탐사를 계속함으로써 결국 활로를 찾았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은 근본적으로 리더가 구성원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는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혁신기업의 리더들은 막연한 비전을 만드는데 헛된 시간을 쓰지 않고 사람들이 속하고 싶은 공동체, 열심히 일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동의 광장(public square)을 만드는데 주력한다고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구성원을 자율성과 책임을 지닌 완전한 성인으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구성원의 기여를 진정으로 인정한다는 꾸밈없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픽사가 왜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제작기간 동안 태어난 직원의 아이 이름까지 적어주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 본 글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GS칼텍스의 공식입장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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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에서 요구되는 We-리더십 | profile mhjeong

정명호 교수 - 이화여대 경영대학

현재 이화여대 경영대학 인사조직분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메릴랜드대에서 연구했으며, 한국인사조직학회, 한국인사관리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네트워크, 인력다양성 관리, 고성과 집단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경영학연구』, 『인사조직연구』 등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주요 저서로는 『매니지먼트 이론 2.0』 (클라우드나인, 2019), 『휴먼 네트워크와 기업경영』 (삼성경제연구소, 2005), 『패러독스와 경영』 (삼성경제연구소, 199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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