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기반 수소에 ‘청정(淸淨)’ 옷 입혀 인증,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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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와 결합해 전기를 생산하고 물을 배출하는 수소의 청정성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활용 범위도 수송용을 비롯해 가정, 상업,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이 청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화석연료인 메탄(CH₄)이 원료가 되는 추출 수소나 석유화학·철강 생산 공정에서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부생 수소는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하게 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수소를 소비하려 하는데 정작 수소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넌센스가 연출되는 셈인데 세계 주요 국가들이 청정 수소 생산에 몰두하는 이유이다. 이와 관련해 EU나 중국, 일본 등은 청정수소 인증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청정 수소 도입과 사용을 의무화하기 위한 입법이 모색 중인데 어떤 방식이 유력한지 알아본다.

수소차, 아직은 궁극의 친환경차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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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는 오직 물 (H₂O), 도로 위를 달리는 공기청정기’ 세계 수소차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의 광고 문구이다. 수소차 구동 원리가 바로 그렇다. 전기차는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해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으로 주행한다. 반면 수소차는 연료통에 탑재된 수소를 산소와 반응 시켜 직접 전기에너지를 생산해 모터를 구동하는 점이 차별화된다. 전기차는 배기가스가 배출되지 않지만, 수소차에서는 물(H₂O)이 배출되는 것도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는 과정의 부산물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넥소 등의 수소차에는 공기 정화 시스템이 장착돼 주행 중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현대차는 ‘달리는 공기청정기’라는 문구를 홍보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영국 광고심의위원회는 현대 수소차 넥쏘의 광고가 소비자 오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중단 명령을 내렸다. ‘주행 중 공기를 정화한다’는 광고 문구가 과장됐다고 판단한 것인데 수소차 운행 과정에서 타이어 마모 등으로 인한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수소차 자체는 배기가스가 배출되지 않지만, 주행 과정에서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타이어 마모나 브레이크 사용에 따른 비배기 오염물질이 발생하며 대기 오염원을 배출하게 된다. 차량 구동을 포함한 전 주기 분야에서는 수소차 역시 궁극의 청정성을 대표하지는 못한다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되는데 연료인 수소 자체가 청정하지 않다면 더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수소차 주행 과정에서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가 배출되지 않지만, 수소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면 환경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석연료인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할 때의 효율이 화석연료를 직접 소비하는 내연기관 구동 효율보다 높아 동일한 거리를 주행할 때 수소차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는 반론이 있지만 그렇더라도 완벽한 무배기가스가 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EU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수소 자체의 청정성을 강화해 가장 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규제를 도입 중인데 ‘청정수소 인증제’가 대표적인 수단이다.

EU, 프리미엄 수소 원산지 인증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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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수소 인증제’는 EU, 중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 중이고 EU가 가장 선제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초기 단계로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인증제 도입을 검토 중인 나라별로 부존자원, 기술 수준, 경제적 요인 등 자국의 실정과 상황에 맞게 도입을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명칭이나 방식은 다르지만, 세계 주요 국가에서 청정수소 생산을 장려하는 인증제를 도입하고 있다. EU는 2단계, 중국은 3단계, 일본은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그레이 수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어느 정도까지 감축해야 청정수소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각각 다르다.

EU는 ‘GO(Guarantee of Origin scheme for premium hydrogen)’ 제도를 운용 중이다. ‘프리미엄 수소 원산지 인증제’로 해석되는 GO를 통해 EU는 수소 생산 과정의 탄소 발생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EU는 2014년 이후 저탄소·그린수소 인증제도 설계에 착수했을 만큼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제도의 핵심은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설정하고 일정 수준을 절감하면 ‘프리미엄 수소(Premium H₂)로 정의하는 방식으로 저탄소 수소와 그린수소 2단계 인증으로 구분한다. 프리미엄 수소의 기준 배출량은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할 때 발생하는 CO₂인 10.92kgCO₂eq/kgH₂)로 설정했다. 이보다 60% 이상을 절감하면 저탄소 수소(Low-carbon Hydrogen), 그 이상의 저감 실적을 보이거나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수소는 그린 수소(Green Hydrogen)로 인정된다. 주목할 대목은 저탄소 수소의 뿌리가 화석연료 기반의 추출수소라는 점이다.

다만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나 탄소를 포집한 후 활용하는 CCU(Carbon Capture Utilization) 방식으로 저감하면 저탄소 수소로 인정받게 된다. 궁극의 청정 수소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된 그린 수소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경제성이나 수전해 기술 개발의 한계 등으로 그린수소로 전면 대체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상당 기간은 온실가스를 머금은 추출수소 등에서 이산화탄소를 끄집어내어 저장하거나 재활용하는 방식이 EU 청정 수소를 주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 3단계, 일본은 4단계 인증 방식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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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저탄소 → 청정 → 재생수소’ 등 3단계 인증 방식 도입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그린수소에 대한 기준과 평가 방법 표준으로 제정했는데 EU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했다. 먼저 청정 수소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기준 배출량은 석탄가스화 CO₂ 발생량인 29.02kgCO₂eq/kgH₂로 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저감 규모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여부 등을 고려해 저탄소수소(Low-carbon Hydrogen), 청정수소(Clean Hydrogen), 재생 수소((Renewable Hydrogen)로 구분, 인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청정성이 가장 낮은 저탄소 수소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이산화탄소 기준 배출량 대비 50%를 감축하면 인증받을 수 있다. 가장 높은 청정 등급인 재생 수소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의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가 참작되고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기준은 저탄소 수소 대비 1/3 수준까지 줄여야 한다.

일본은 2018년 수소경제 활성화 계획을 수립한 이후 그린 수소 인증 연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 정부는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이산화탄소 기준 배출량 대비 감축률에 따라 청정 수소 등급을 인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굳이 재생에너지를 통한 수전해 방식 등이 아니더라도 기준 배출량에 비해 일정 수준의 감축 실적만 인정받으면 청정 수소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준 배출량은 39.21kgCO₂eq/kgH₂로 EU나 중국보다 높게 설정했다. 저감 규모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해 인증하는 방식도 차별화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가장 낮은 1단계부터 기준치보다 현저하게 낮은 1.12∼4.48kgCO₂eq/kgH₂를 배출하면 가장 높은 단계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증제 통해 청정 수소 판매 사용 의무화 모색중

청정수소 인증제도 입법 초기 단계인 우리나라 역시 구체적인 인증 범위와 사용 의무 비중 등을 정하려면 사회적 공론화와 수소법 하위 법령 논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청정수소 판단 잣대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생산·소비 능력이 정해지고 발전사 같은 의무 사용 대상의 부담이 결정된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청정수소는 추출수소나 부생수소에 비해 가격이 훨씬 높은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문위원실 분석에 따르면 정부와 민간이 연구개발 등을 통해 청정수소 경제성과 물량 확보에 노력 중이지만 당분간은 추출수소나 부생수소 대비 가격이 상당 수준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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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 공급되는 추출 수소 생산단가는 kg당 약 3천 원 내외, 부생수소는 2천 원 후반대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되는 그린 수소는 초기 실증 단계로 생산 단가를 추정하는 것이 아직은 의미가 없다. 다만 블룸버그(Bloomberg New Energy Finance)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가격을 2030년에 2.4불 이상, 2050년에도 1.6불 이상으로 추정했다. 이 예측을 인용하면 상당 기간 그린수소 가격경쟁력이 화석연료 기반의 그레이 수소를 따라올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수소 법을 개정해 청정 수소의 법적 정의를 구축하고 인증제를 도입해 사용을 의무화하려는 배경에는 가격과 상관없이 청정 수소 수요를 제도적으로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 일환으로 청정수소 인증제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도 수행 중인데 EU 등 청정 수소 인증제를 도입한 국가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설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5월 청정수소 인증제 도입 등과 관련한 ‘수소법 개정안 입법 토론회’를 열고 ‘청정수소에 관한 국제적 동향을 고려해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거나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활용해 생산한 수소 중 탄소 배출량이 일정 기준 이하로 현저하게 낮은 수소를 청정수소로 정의하겠다’라는 기본 입장을 밝혔다. 인증제가 도입되면 청정 수소 판매와 구매, 사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과징금 같은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소차가 친환경 수송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안에 충전되는 수소의 청정성은 미완성 단계인데 우리 정부가 입법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청정 수소 생산과 소비 방식을 어떻게 확정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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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 에너지플랫폼뉴스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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