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퓨얼로 내연기관의 에너지·환경·안보 다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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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등 일부 선진국들과 자동차 메이커에서는 2030년대 이후 내연기관차 생산 판매 중단이나 금지를 선언하고 있어 전기차로 대표되는 그린카 확대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머지않아 정유사나 주유소 같은 화석연료 생산, 판매 사업장이나 내연기관자동차는 사라지게 생겼다. 그런데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크다. 수송에너지 전환도 마찬가지이다. 전기나 수소에너지가 청정한 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화석연료와 내연기관차의 쓰임새가 일부 환경 선진국들의 기대만큼 빠르게 폐기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에 기인한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 현실화되고 있고 자원 안보 위협이 커지는 등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돌출 변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때문에 한편에서는 내연기관차에 적용되는 탄소중립 연료를 개발,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고 ‘e-퓨얼(e-fuel)’이 그 중심에서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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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퓨얼 키워드, 재생에너지·수소원료·합성원료

‘e-퓨얼’이 투입된 내연기관차는 운행 과정에서 CO₂가 배출된다. 그런데 기존 화석연료와 달리 완전 연소 비율이 높아 기존 경유 자동차 대비 미세먼지·온실가스 배출량이 20~40% 수준에 불과하다. 독일 정부 산하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NPM : Die Nationale Plattform Zunkunft der Mobilitaet)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e-퓨얼을 연료로 투입한 트럭의 배출가스가 디젤 트럭의 20~40% 수준에 그쳤다.

우리나라 석유관리원에서는 e-퓨얼과 물성이 유사한 CtL을 경유와 30% 혼합했을 때 미세먼지 배출량이 57% 저감됐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e-퓨얼은 내연기관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상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만들어낸 청정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고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촉매 반응 시킨 결과물이 합성연료인 e-퓨얼이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수전해한 궁극의 청정 에너지가 ‘그린수소’이고 ‘e-퓨얼’에 투입되는 탄소 자원은 대기 중에서 포집한 CO₂나 생물 유래 CO₂가 활용된다. e-퓨얼 제조 과정에 사용되는 CO₂를 대기 중에서 포집하면서 ‘탄소중립연료’라는 ‘셈법’이 완성된다. 아직까지 e-퓨얼에 대한 국제적인 용어 정의가 통일되지 않았지만 재생에너지 유래, 수소 원료, 탄소 자원 제조 등의 키워드가 관통되는 이유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합성 및 파라핀성 연료로 해석하고 있고 일본은 재생에너지 유래의 수소를 원료로 제조한 합성연료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린수소와 탄소 자원으로 제조한 합성연료’로 풀이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는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는 e-fuel 생산, 개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4월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한 ‘e-퓨얼 연구회’를 발족하고 그동안 총 6차례의 모임을 가졌다. 지난 1월에는 ‘재생합성연료(e-Fuel) 연구보고서’도 발간했는데 내연기관 수송수단을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이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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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 탄소중립 실현 가능한 현실적 수단이 e-퓨얼

IEA나 OPEC 등 에너지 관련 국제 기구들은 2040년에도 세계 수송수단 중 내연기관 비중이 여전히 높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기차나 배터리 등의 기술 진화로 이들 기관들의 전망보다 수송수단의 전동화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전기차가 대체할 수 없는 틈은 여전히 존재한다. 승용이나 소형 상용 같은 경량자동차(LDV, Light Duty Vehicle) 분야에서는 동력원의 전기화가 용이하지만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대형 트럭이나 버스는 여전히 내연기관의 힘이 요구된다. 항공이나 선박도 전동화가 어려워 상당 기간 내연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수송수단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린카의 한 부류인 수소차가 대안으로 부상하고는 있지만 수소의 청정성, 충전 인프라, 가격 경쟁력 등을 확보하는데는 상당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전기나 수소 에너지원을 개발, 생산하거나 충전 인프라 구축이 요원한 개발도상국 등 비OECD 국가에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내연기관차가 주요 수송 수단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상 한계로 풍력 발전 가동이 저조해지자 지난 해 유럽발 천연가스 가격 급등 사태의 원인이 된 것 처럼 재생에너지 수급이 위협받을 때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백업 플랜(back-up plan)이 화석연료와 내연기관차라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현실적으로 석유나 천연가스, 석탄처럼 안정적인 수급과 경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연료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탄소중립을 실현한 원유나 석유제품이 등장중이고 화석연료나 내연기관차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 재활용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이 진화되는 상황에서 화석연료라는 꼬리표 때문에 배척받아야 할 이유도 줄어 들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e-퓨얼은 기존의 내연기관을 유지하면서도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e-퓨얼로 에너지 안보 위협 막는다

e-퓨얼연구회 보고서에서 언급된 e-퓨얼의 쓰임새에 따르면 내연기관 인프라를 활용하는 산업·수송 모든 부문에서의 적용이 가능하다. 액체 상태의 e-퓨얼은 보관·수송이 용이하고 기존의 석유제품 운송·보관 인프라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e-퓨얼이 수송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e-퓨얼연구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등의 원자재가 되는 코발트, 리튬 등의 자원은 해외 일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공급과 가격 불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전기차 같은) 특정 차종 의존 시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을 우려하고 있고 일부 현실화되고 있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의 ‘그린(green)’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재생에너지 확대나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관련 원자재 공급이 부족해지며 가격이 상승하고 경제 전반에 물가상승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배터리나 태양광 패널 제조 원료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같은 원자재와 소재, 부품 가격이 최근 들어 3∼4배 정도 상승 중인 현상이 그린플레이션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단국대 조홍종 경제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치중하면서 석유나 천연가스 개발 투자가 줄어 들고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더블 그린플레이션(Double Greenflation)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배터리 등의 원료가 되는 희토류 자원이 중국이나 호주,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 집중되어 있어 우리나라 같은 자원 빈국에게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우려는 e-퓨얼연구회 보고서에서도 언급되어 있다. ‘수송 동력원이 전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 천재지변, 정전, 전시상황 등의 비상사태 발생 시 국가적 에너지안보 문제를 초래할 수 있고 특수 승합·화물차, 군용차 등은 전기·수소차 전환 대상에서 제외돼 일정 규모 이상의 내연기관 수요가 꾸준히 존재하게 될 것’이라며 ‘e-퓨얼 등으로 에너지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군용 차량·함정 대상 민·군 협력 e-Fuel 실증도 추진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e-퓨얼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EU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동력 시스템 안정성이 요구되는 항공기에 e-퓨얼 적용을 구체화 중이다. 항공기의 경우 전동화 즉 전기배터리 방식으로 운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e-퓨얼 혼합 의무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EU가 지난 해 7월 발표한 ‘Fit for 55’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항공연료’ 63%(e-Fuel 28%) 혼합 의무화 방안이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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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중에서는 독일의 대응이 가장 적극적이다. 정부 차원에서 20 여개 이상의 P2G(Power to Gas) 실증 플랜트를 운영하고 있고 수송부문 재생에너지 규정을 고쳐 e-퓨얼 항목을 신설해 인센티브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로드맵도 공개됐는데 2026년까지 e-Fuel을 도입하고 2030년에는 2%까지 단계적 상향하며 온실가스 감축 할당량 계산시 2배 계수를 적용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지난 해 6월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 성장 전략’을 수립한 일본 정부는 ‘e-퓨얼’을 포함시켜 향후 10년간 기술개발·실증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204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해 2월 수립한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을 통해 e- 퓨얼 개발·활용을 위한 ’CO₂-Recycling’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제시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CO₂와 H₂를 원료로 메탄·에탄올을 생산해 내연기관 자동차와 항공기 연료로 활용된다. 지난 해 6월 발표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기술혁신 로드맵’에서는 2050년까지 합성연료 등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 제시됐다. 또한 급격한 전동화가 어려운 군용 차량·함정을 대상으로 e-퓨얼 활용이 가능하도록 품질 수준을 향상·검증하기 위해 민·군 협력 e-Fuel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국내외 정유사, 자동차 제작사 등 관련 산업계도 e-퓨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e-퓨얼 엔진 적용 기술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에 더해 e-퓨얼 적용이 확대, 법제화될 경우를 대비한 기술 대응을 추진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e-퓨얼의 일종인 e-메탄올 적용이 가능한 선박용 메탄올 엔진 개발과 생산 설비 구축을 추진중이다.

사우디 아람코 등 해외 석유기업 중심으로 CO₂ 포집율을 확대하기 위한 MCC 원천기술 개발도 진행중이다. ‘MCC(Mobile Carbon Capture, 차량 배출 포집)’는 차량에 CO₂ 포집 장치를 설치해 엔진 연소 단계에서 직접 포집·저장하는 기술로 차량 운행 과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까지 감축하게 되면 e-퓨얼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의 탄소 저감 능력을 배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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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지난 해 11월 덴마크의 할도톱소(Haldor topsoe)와 ‘친환경 기술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e-퓨얼 활용을 위한 연구 개발 협력을 진행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e-퓨얼이 상용화되면 기존 주유소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수소, 전기차와 달리 충전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없이도 기존 내연기관차를 친환경차로 바꿀 수 있어 가장 현실성 높은 차세대 동력원 중 하나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요·경제성 확대 위한 정책적 지원 요구돼

e-퓨얼의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용화 과정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기술개발과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수소·CO₂ 생산과 합성 공정 같은 제조공정의 원천기술은 다수 확보 중이지만 상용화를 위한 실증 연구는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e-퓨얼의 경제성 확보도 아직은 요원하다. ‘e-Fuel 보고서’에 따르면 e-퓨얼 합성 공정 중 하나인 F-T 공정 중 생산비가 5~10% 저렴하고 가변적 운전이 용이한 직접전환법이 유리한데 이 기법을 적용해도 석유제품과 유사한 수준의 생산 비용 도달 시점은 2050년으로 전망되고 있다. 2050년 이후의 e-퓨얼 상용화 시점 가격을 리터당 0.94$ 수준으로 전망하고 이 때쯤의 유가 상승, 수소 가격 저감 등을 환경을 고려할 때 석유연료와 유사한 수준의 생산 비용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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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퓨얼의 안정적 수요가 보장, 확보되는 정책적 뒷받침과 지원도 중요하다. 정유사들이 e-퓨얼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설비를 구축하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데 수송수단이 급격하게 전동화로 전환되고 내연기관에 대한 환경 규제 등이 강화되면서 e-퓨얼의 수요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e-퓨얼연구회는 ‘e-퓨얼 등 탄소중립연료를 활용하는 내연기관을 탄소중립으로 인정하는 공식적·국제적 논의가 필요하고 신재생에너지연료 혼합의무화 제도(Renewable Fuel Standards, 이하 ‘RFS’)를 확대 개편해 수송부문 감축 수단을 폭넓게 인정해 민간과 공공 분야 수요 창출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환경친화적자동차 개발보급촉진법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을 개정해 e-퓨얼은 신재생에너지, e-퓨얼 차량은 친환경차에 포함시켜 연료비 보조금을 비롯한 면세 혜택 등 공급자·수요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정부의 정책적 인센티브가 보장돼야 안정적인 수요가 창출되고 정유사나 자동차 제작사 등 e-퓨얼 관련 산업계가 안심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으로 이와 관련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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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 지앤이타임즈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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